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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일은 새벽녘에 끝났다.

   한낮의 더위는 해가 지면 조금 기세를 잃지만, 시멘트 사이에 고여 있던 열기는 새벽빛이 스며들기 시작하자마자 다시 슬금슬금 밀려나와 공기 중에 숨 막히게 들어찬다. 바닷가에서부터 건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마저 끈적거리는 습기를 품고 있어, 숨을 쉴 때마다 허파가 답답해졌다.

시시각각 열기를 더해가는 뒷골목을 아쿠타가와는 걸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움직일 때 이따금 목에 닿는 코트 깃의 촉감, 피부에 평소보다 달라붙는 것 같은 셔츠의 끈적함 같은 것이 자꾸 신경 쓰였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쓰며 묵묵히 집으로 향했다. 코트 안에 파고든 더운 공기가 집요하게 고여 있다.

   그 코트, 벗고 일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일하던 중에 히구치가 조심스럽게 건넨 말이었다.

   언제나 보이는 무표정으로 히구치를 흘끔 바라보자, 히구치는 자신의 말이 아쿠타가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지레짐작했는지 변명처럼 뒷말을 늘어놓았다. 안 그래도 약하신 옥체가 더위에 상할까 봐 걱정……, 아니, 죄송합니다, 절대로 아쿠타가와 선배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체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더위를 먹어 쓰러질 수 있는 계절이니까요, 뉴스에서 보면 벌써 몇 천 명이나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하니까, 어……. 그리고 아쿠타가와 선배는 코트를 벗으셔도 충분히 멋있으시……, 아니, 멋있으신 게 중요한 건 물론 아니고 중요한 건 임무이지만……, 하고 끝없이 늘어지는 히구치의 말을 아쿠타가와는 난 괜찮다는 말로 일축해 버렸다.

   히구치의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더위로 건강을 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신의 몸이 특별히 더위에 강하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지만 그래도 이 코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집 앞에 도착해 현관을 열었을 때, 훅 끼쳐 오는 서늘한 에어컨의 바람을 느낌과 동시에, 눈에 익숙한 구두가 현관에 놓여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동으로 고개를 들어 집 안을 바라보았다. 조용한 집안에 들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숨소리는 세상

그 누구의 것보다 익숙한 것이다.

   잠시 날짜를 생각했다. 오늘은 평일이 아니던가. 무장탐정사는 쉬는 날인가. 아니면 늘 그러시는 것처럼 또 무단결근이신가. 어느 쪽이든 아쿠타가와로서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우선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끈적거리는 셔츠 너머로 피부에 닿는 서늘한 바람에 소름이 돋았다. 낮은 숨소리가 들려오는, 자신의 방이 있는 방향으로 들어갔다.

   나갈 때 깔끔히 정리해 두고 나간 침대 위의 이불이 흐트러져 있고, 어쩐지 이불을 턱 끝까지 덮은 채 그 사람이 누워 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잠들어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조용히 다가가 곁에 섰을 때, 그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짝 눈을 떴다.

   “왔어?”

   태연하게, 마치 자신의 집에서 사람을 맞는 것처럼.

   그 천진할 정도로 익숙한 공기를 아쿠타가와는 늘 기쁘게 여겼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말하면서 다자이의 얼굴을 살피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보다 조금 상기되어 있는 것 같은 얼굴, 적당한 온도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이마 위에 맺혀 있는 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다자이의 얼굴에 닿았다가 흠칫했다. 뜨거웠다.

   “감기에 걸렸어.”

   아쿠타가와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에 대답하듯이, 다자이가 빙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가라앉아 있다.

   “이 날씨에 무슨 일이십니까.”

   “그게, 다 쿠니키다 때문이야.”

   “쿠니키다……?”

   쿠니키다라면 무장탐정사에서 일하는 다자이의 동료이다.

   “그게 말이지, 쿠니키다가 야근을 시켜서, 화가 나서 사무실의 에어컨을 최저온도로 낮춰놓고 일을 했거든! 전기세 보고 쿠니키다가 화나라고.”

   “…….”

   “그랬더니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쿠니키다가 정말로 화내서, 감기에 걸려 버렸어.”

   “인과관계가 이상합니다.”

   “아무튼 그런 거야.”

   아쿠타가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조직의 구성원이고 맞서 싸운 적도 있지만 쿠니키다라는 사람에게는

가끔 동정심을 품게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병원은 가셨습니까?”

   인과관계에 대해 더 따져 묻는 것은 포기하고, 아쿠타가와가 물었다.

   “가고 싶지 않아…….”

   “그래도.”

   “집에 약 있어?”

   “해열제 정도라면 있습니다만…….”

   “그럼 그걸 줘. 먹고 자면 나을 거야.”

   “……안 나으면 정말로 병원 가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짐짓 장난스런 말투로 대꾸하는 다자이에게 아쿠타가와는 해열제와 물을 갖다 주었다. 얌전히 받아서 약을 먹는 다자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약을 먹고 도로 누워 눈을 감아 버린 다자이를 보다가 문득 집안에 해열패치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수건과 함께 들고 왔다. 포장을 뜯는 소리에 다자이가 다시 눈을 뜨고 아쿠타가와를 바라보았다. 수건으로 살살 식은땀을 닦아 내고, 뜯은 패치를 이마에 붙여 주자 차가워, 하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주무세요.”

   “더운데 추워…….”

   “약이 들으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응…….”

   눈을 감는 다자이를 내려다보다가, 옆에 같이 누울 수도 없고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없어서 아쿠타가와는 침대 옆에 주저앉았다. 머리 위에서 낮은 다자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뭐 하고 왔어?”

   “서쪽 구역에 작은 분쟁이 있어서 정리를.”

   “무슨 분쟁?”

   “……적 조직의 사람에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에, 아쿠타가와 차가워.”

   “그런 문제가…….”

   “감기에 걸린 애인에게는 좀 더 따뜻하게 대해 줘, 추우니까……, 아 근데 더워…….”

   “주무세요.”

   “피 냄새는 나지 않는데…….”

   “그런 일은 아니었습니다.”

   “뭔가 먹었어?”

   “오는 길에 히구치와 간단히 먹었습니다.”

   “아, 내 애인이 회사 동료인 미녀와 단둘이서 밥을 먹었대요 어떻게 하지요…….”

   “무슨……,”

   열에 들떠서인지 다자이는 평소보다 두서없이 말이 많았다. 아쿠타가와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주무십시오. 제가 방해가 되면 나가 있겠습니다.”

   “아니야, 여기 있어.”

   다자이는 붙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어 더듬었다. 그 손 끝에 아쿠타가와의 머리가 닿았다. 아직 바깥의 열을 품고 있는 머리카락에는 끈적한 습기가 남아 있었다.

   “코트는 벗어, 덥지 않아?”

   “……? 벗고 있습니다.”

   코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벗었다. 벗은 채 방에 들어온 모습을 보셨을 텐데 열이 올라서 헷갈리시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코트를 벗으란 말은 오늘 두 번째로 듣네, 하는 생각도.

   아쿠타가와의 대답을 들은 것인지 못 들은 것인지, 잠시 아쿠타가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다자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제 슬슬 잠드시려나, 하고 생각했을 때 불쑥 다자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 엄청 추워 보였었어.”

   “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아쿠타가와는 말의 맥락을 알 수 없어 눈만 깜빡였다. 방금 전에 더우니까 코트는 벗으라고 해 놓고 추워 보였다니.

   “그 때 말이야, 항상 다 떨어진 누더기만 입고 돌아다니니까……. 그렇게 거리가 춥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 얼어 죽을 것 같은데…….”

   그 때……?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쿠타가와는 문득 깨달았다.

   다자이는 아쿠타가와가 빈민가에 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야 그 때는 추웠다. 가지고 있는 옷도 변변치 못했고, 추위를 피할 만한 집도 없었다. 겨울은 길고 괴로웠다. 적어도 동사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여름이 차라리 나았다.

   하지만 다자이 씨는, 대체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아쿠타가와의 뒤통수에 다자이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그래서……. 부하로 들이는 기념으로 주는 선물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할 때, 여러 가지 있었지만, 역시 코트가 좋겠다고 생각했어. 앞으로 영원히 춥지 않도록…….”

   “…….”

   다자이의 가라앉은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데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둔탁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낮은 기계음에 섞인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리듯 떠돌았다.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목 뒤에 닿았다. 뜨거웠다. 아쿠타가와는 침을 삼켰다.

   “하지만 여름에는 좀 벗고 다녀도 돼. 안 춥잖아.”

   “……영원히 입고 다닐 겁니다.”

   감기가 옮은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도 둔하게 들렸다.

   “……고집쟁이.”

   다자이의 말끝에 웃음이 섞인 것 같았다. 왠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아쿠타가와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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