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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etter - 렛티

 

1

    여름의 태양같이 자신을 바라보는 뜨거운 눈빛.

    예전부터 다자이 오사무를 한결같이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다자이는 그 시선을 알고 있었고, 외면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신경 쓰고 있다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진하게 해줄 거라고

   여겼다. 이 마음을 뭐라고 정의하기가 애매 할 뿐. 확실한건 다자이는 자신의 마음이 그 아이를 위한 마음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한 집착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애매한 자신의 마음과는 반대로 아쿠타가와의 눈빛은 참 읽기

   쉬웠다. 다자이에게서 무언가 바라고 있는 마음. 슬픔.

    다자이는 자신이 아쿠타가와를 두고 떠나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향하는 눈빛은 여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은 맞아떨어졌다. 다자이는 마피아를 관두고도 종종 아쿠타가와를 보러 갔다. 아쿠타가와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는 여전했다. 여전히 말랐고, 여전히 자신을 생각하는 그 눈빛은 여전했다.

    다자이는 거울을 봤다. 그렇다면 자신이 아쿠타가와를 바라보는 눈빛은 어떨까. 거울을 아무리 봐도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자신은 아쿠타가와를 보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을 보는 꼴이니까. 다자이는 거울을 내려놨다. 종이를

   세장 꺼냈다. 다자이는 짧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봉투를 꺼내 글을 쓴 종이를 넣었다. 봉투에 다시 글을 적었다.

    ‘유서(遺書)’

 

2

    유서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동반자살하고 싶다. 항상 가볍게

   말했지만 다자이의 진심이었다. 그 진심을 무언가 유서라는 형태로 담고 싶었다.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적으면 좋을까.

   다자이는 하얀 종이를 보며 고민했다. 곧 좋은 생각이 났는지 종이에 간단하게 슥슥 적기 시작했다. 몇 글자 적지도

   않았는데 글이 적힌 종이를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종이를 정성스럽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 봉투는 코트 안에 넣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아쿠타가와의 번호를 입력하다 다시 지웠다.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3

    오후 6시 쯤. 저녁을 먹기 좋은 시간이었다. 모처럼 다자이는 유서를 썼다. 자살시도 하기 전에는 역시 유서를 써야

   제 맛이지.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가다보니 한적한 공원이 보였다. 다자이는 공원벤치로 아쿠타가와를 불렀다.

   아쿠타가와에게 답장이 왔다.

    [OO공원, 알겠습니다.]

    한적한 공원 안과 달리 밖은 한참 시끄러웠다. 소리 없이 눈으로만 보기에도 공원 벤치 너머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은

   참 소란스러웠다. 한참 여름의 축제 기간. 금붕어 뽑기, 사탕 만들기, 사격 놀이 등 여러 상가가 밖을 소란스럽게 했다.

   저녁시간이니 사람도 북적북적 거렸다. 공원의 벤치에는 다자이 밖에 없었다. 다자이는 축제의 소음을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아쿠타가와가 오려면 아직인가. 한참 아쿠타가와에 대해 생각했다. 다자이는 아쿠타가와의 눈을 보는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아쿠타가와의 표정을 보고 있는 건 꽤 유쾌한 일이었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쿠타가와가 좋아져서, 초등학생 남자아이 마냥 더 못되게 군 것 같았다. 웃기는 건 그걸 알고 있음에도 관둘

   생각은 없었다.

    기침소리가 들렸다. 다자이는 눈을 떴다. 아쿠타가와가 다자이를 보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자이는 옆에 앉으라는

   듯 제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아쿠타가와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자이는 어느 때나 그렇듯 뻔뻔스럽게

   웃었다.

    “아쿠타가와군은 여전하네.”

    “무슨 일이십니까.”

    “그냥 모처럼 쓴 거니까 아쿠타가와군에게 주려고.”

    다자이는 코트에서 유서라고 적힌 봉투를 꺼내 아쿠타가와에게 건네줬다. 아쿠타가와는 봉투에 적힌 ‘유서’라고

   적힌 글씨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다자이씨 당신은.. 아쿠타가와의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봉투와 다자이를 번갈아 봤다. 다자이는 여전히 뻔뻔스럽게 웃는 얼굴이었다.

    “열어보게나.”

    다자이의 말에 아쿠타가와는 봉투 윗부분을 찢어 유서를 꺼냈다. 봉투 안에는 종이 세장이 들어있었다.

   아쿠타가와는 접힌 종이를 제대로 폈다. 첫 번째 장은 비어있었다. 뒷면에도 아무런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다.

   두 번째 종이에는 유서의 내용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하나 적혀있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뒷장엔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종이를 한 장 더 넘겼다. 세 번째 종이도

   비어있었다. 뒷면에도 아무런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다. 아쿠타가와는 다시 두 번째 종이를 꺼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빤히 들여다봤다. 공원은 다시 조용해졌다. 바깥의 소음만 들려왔다. 유서에 이름이 적혔다면 보통

   상속의 의미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걸 다자이씨가 소생에게 해줄 리 없다. 아쿠타가와는 알 수 없는 유서에

   대한 생각을 끝마쳤는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이건, 소생이 다자이씨를 죽인 범인인가요.”

    “글쎄, 막상 유서를 쓰려고 하니까 자네 이름이 생각났지 뭔가.”

    “…….”

    “뭐 됐네. 참 오늘 하루만 자네 시간을 좀 빌려도 되나?”

    아쿠타가와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자이는 아쿠타가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싫다는 선택지는 없네. 참, 외상으로 쳐주게.”

 

4

    어쩌다가 이 시간까지 끌려 다니게 된 거지. 해는 완전히 졌고, 하늘은 어두웠다.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다자이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된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지금 상황은 정말 알 수 없었다. 다자이가 조금만 기다려

   주게. 라고 말하더니 유카타를 입고 나왔다. 다자이는 곧 이제 자네가 옷을 갈아입어야지? 라고 말하며 다자이가 입은

   것과 비슷한 유카타를 입혔다. 그 뒤로 이리저리 다자이에게 끌려 다니다가 어느 샌가 자신의 머리에는 이상한

   가면을 쓰고, 손에는 금붕어가 들려있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밤이었다.

    “곧 불꽃놀이를 한다고 하네.”

    여름축제의 묘미라지? 다자이는 말을 이었다. 아쿠타가와는 그저 금붕어를 손에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다자이씨의 생각은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더 알기 어려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자이는 아쿠타가와를 데리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아래쪽에는 돗자리를 편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여기까지 올라갈 생각은 못했는지 언덕 위에는

   다자이와 아쿠타가와 둘 밖에 없었다.

    다자이는 만족한 듯 한 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용케 이런 자리를 발견했는지,

   다자이씨니까 당연한건가. 아쿠타가와는 다자이의 얼굴을 보다가 곧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불꽃을 날리는

   폭죽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했다. 밤하늘에 불꽃이 하나하나 수놓아진다. 다자이는 아쿠타가와의 손을 잡았다. 아쿠타

   가와는 놀란 듯 손을 움찔거렸다. 다자이는 알고 있었다는 듯 잡은 손에 더 힘을 줬다.
    “놓으면 안 되네.”

    곧 아쿠타가와도 다자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쿠타가와는 저도 모르게 다자이를 바라봤다. 다자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쿠타가와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눈빛은 어디선가 많이 본 눈빛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스럽

   게 본 적이 있던가. 거울 속에서 찾지 못한 대답은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네 눈 속에 있었구나. 커다란 불꽃이 터졌다.

   마치 마을 전체에 덮을 것 같은 불꽃이. 다자이는 다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말을 뱉어냈다. 폭죽소리에 묻힐 만도

   한데 아쿠타가와는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

 

    “좋아해. 아쿠타가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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